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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만 들이면 이제 월세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가. 첫 임대에서 정작 속이 타들어 가는 건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다음부터다. 은퇴 후 집을 세 놓은 60대 가운데 보일러 고장 하나, 벽지 얼룩 하나로 세입자와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개 현장에서 보면 갈등의 출발점은 대개 큰 잘못이 아니다. 처음이라 미처 챙기지 못한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세입자와 틀어지기 쉬운 집주인의 행동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3위. 수리비 부담 범위를 계약서에 적지 않기
보일러가 안 돈다는 세입자의 연락에 “그 정도는 살면서 알아서 고쳐 쓰는 거 아닌가요”라고 답하는 집주인이 있다. 집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지만 세입자는 ‘이 집은 무슨 일이 생겨도 혼자 해결해야 하는구나’로 받아들인다. 그날부터 세입자는 연락할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된다.
보일러나 배관, 누수처럼 집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설비는 집주인이 맡고, 전구 같은 소모품은 세입자가 맡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사이의 애매한 부분이다. 어떤 수리를 누가 부담하는지 계약서 특약에 몇 줄만 적어 두어도 나중에 다툴 일이 크게 줄어든다.
2위. 입주 전 집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지 않기
이사 나가는 날 “이 자국은 들어오실 때 없던 건데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분위기가 굳는다. 원래 있던 흠이라고 기억하는 세입자는 이 말을 보증금을 깎으려는 핑계로 듣는다. 몇 년 동안 쌓은 관계가 마지막 날 한마디로 틀어진다.
기억은 서로 다르게 남고, 증거가 없으면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리기 어렵다. 입주하는 날 세입자와 함께 벽과 바닥, 창틀, 욕실을 둘러보는 편이 무난하다. 이때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날짜가 남게 해 두고 양쪽이 나눠 가지면 된다. 오래 살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낡음까지 세입자에게 물리기는 어렵다는 점도 알아 두면 좋다.
1위. 미리 연락하지 않고 세입자 집에 찾아가기
근처에 온 김에 “지나가는 길인데 집 좀 잠깐 봐도 될까요”라며 초인종을 누르는 집주인이 있다. 집주인은 집이 잘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지만 세입자는 사는 모습을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재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세를 놓은 동안 그 집은 세입자의 생활 공간이다. 동의 없이 들어가면 감정 문제를 넘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점검이 필요하면 며칠 전에 문자로 이유와 시간을 알리고, 세입자가 편한 날로 맞추는 것이 좋다. 현관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도 직접 문을 여는 일은 피해야 한다.
임대는 집을 빌려주는 일이지만 실제로는 낯선 사람과 몇 년을 함께 지내는 일에 가깝다. 수리 책임은 처음부터 글로 남기고, 집 상태는 사진으로 남기고, 방문은 미리 묻는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월세 날마다 마음 졸일 일이 줄어든다. 좋은 세입자가 오래 머무는 것이 결국 집주인에게 가장 든든한 수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