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소리 내어 한 말이 몇 마디였는지 세어 본 적 있는가. 저녁에 걸려 온 전화에 “여보세요” 하는데 첫마디가 갈라져 나왔다면, 말하는 힘이 벌써 굳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혼자 지내면 텔레비전은 종일 떠들어도 내 목소리는 들을 일이 없다. 그런 날이 쌓이면 사람을 만나도 말이 먼저 나오지 않는다.
홀로 사는 어르신을 자주 만나는 사회복지사들은 대화를 거창하게 늘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루 몇 마디씩 입을 열 자리를 생활 속에 마련해 두면 된다는 것이다. 혼자 지내는 60대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했다.
3위. 단골 가게와 이웃에게 먼저 인사 건네기
빵집에서 계산을 기다리며 “오늘은 단팥빵이 일찍 나왔네요” 한마디만 보태도 주인의 표정이 달라진다. 늘 말없이 값만 치르던 손님이 먼저 말을 걸면 주인은 속으로 ‘우리 가게를 눈여겨봐 주셨구나’ 하고 반가워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번에는 주인 쪽에서 먼저 “요즘 날이 차죠” 하고 말을 이어 온다.
이웃과 단골은 매일 마주치면서도 대화가 없기 쉬운 사이다. 처음부터 길게 이야기하면 상대도 부담스러워하니 날씨나 물건 이야기처럼 짧은 말로 시작하는 편이 무난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몇 층 가세요” 한마디도 충분하다. 짧은 인사가 쌓이면 어느새 근황을 묻는 사이가 된다.
2위. 신문이나 책을 소리 내어 읽기
아침에 신문을 펴 들고 “다음 달부터 버스 노선이 바뀐다는구먼” 하고 기사 제목을 소리 내어 읽으면, 빈방에 울리는 자기 목소리가 처음에는 낯설다. ‘혼자 뭐 하는 건가’ 싶어 쑥스럽지만 몇 줄 읽다 보면 목이 풀리고 발음이 또렷해지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말할 상대가 없는 날에도 입과 목은 쓸 수 있다. 눈으로만 읽으면 그냥 지나치는 문장도 소리 내어 읽으면 한 번 더 곱씹게 되고, 그 내용은 다음 대화의 이야깃거리가 된다. 하루 10분 정도, 기사 몇 꼭지나 좋아하는 책 몇 쪽이면 충분하다. 빨리 읽기보다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편이 낫다.
1위. 문자 대신 음성 통화로 안부 주고받기
오랜 친구에게 “잘 지내지?” 하고 문자를 보내면 대개 “응, 너도”라는 답이 돌아오고 대화는 거기서 끝난다. 같은 말을 전화로 건네면 친구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네’ 하며 말끝의 기운까지 읽어 낸다. 그러고는 묻지도 않은 집안 이야기까지 먼저 꺼내 놓는다.
문자는 편하지만 오가는 말이 짧고 말투나 감정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 통화는 몇 분만 해도 묻고 답하고 웃는 일이 함께 오간다. 갑자기 전화하기가 어색하다면 “통화 괜찮을 때 알려 줘” 하고 문자를 먼저 보낸 뒤 거는 방법도 있다. 요일을 정해 한두 사람에게 거는 습관을 들이면 하루 대화량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대화는 누가 찾아와 줘야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여는 만큼 늘어난다. 오늘 장 보러 가는 길에 늘 마주치던 이웃에게 먼저 한마디 건네 보자. 저녁에는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