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폰 잠금 하나를 못 풀어 가족이 몇 달씩 헤매는 일은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모가 갑자기 입원하거나 세상을 떠나면 그 안의 사진도, 결제 내역도, 연락처도 그대로 갇혀 버립니다.
집 안 물건은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휴대폰 속은 주인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손이 화면에 익숙할 때 미리 정리해 두면 가족이 편해지는 세 가지를 순서대로 짚어 봤습니다.
3위. 수천 장씩 쌓인 사진과 동영상
명절에 모인 자녀가 “아버지, 사진이 왜 이렇게 많아요?” 하며 화면을 넘기면 손주 사진 사이로 흔들린 사진과 영수증 캡처, 똑같은 풍경 수십 장이 섞여 나옵니다. 부모는 아까워서 남겨 둔 것이지만 자녀는 이걸 언젠가 혼자 다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진이 너무 많으면 정작 남기고 싶은 장면을 찾기 어렵습니다. 휴대폰이 고장 나면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쯤 흐린 사진과 캡처부터 지우고, 아끼는 사진은 가족이 함께 보는 공유 앨범에 모아 두면 됩니다. 정말 귀한 몇십 장은 인화해서 앨범으로 만들어 두면 휴대폰이 없어도 남습니다.
2위.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구독 서비스
카드 명세서를 같이 보던 자녀가 “이건 무슨 돈이에요?” 하고 물으면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료 체험인 줄 알고 눌렀던 영상 앱이나 한 번 쓰고 잊은 음악 이용권이 몇천 원씩 꼬박꼬박 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자녀는 액수보다 부모가 그걸 모른 채 지냈다는 데 더 놀랍니다.
자동결제는 해지 신청을 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카드나 계좌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계속 빠져나가고, 가족은 어디에 가입돼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내야 합니다. 앱 장터의 구독 목록과 카드 명세서를 나란히 놓고 지금 쓰는 것만 남기세요. 그 목록을 종이에 적어 두면 충분합니다.
1위. 가족이 꼭 알아야 할 계정 정보
“엄마, 휴대폰 비밀번호가 뭐였어요?” 하는 전화를 받고서야 잠금 번호를 혼자만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분이 많습니다. 자녀는 급할 때 아무것도 열 수 없다는 사실이 막막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 같아 먼저 묻기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렇다고 휴대폰 메모장에 비밀번호를 전부 적어 두면 위험합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그대로 남의 손에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잠금 번호와 주요 계정 아이디처럼 꼭 필요한 것만 종이에 적어 봉투에 넣고, 보관 장소를 믿을 만한 자녀 한 명에게 알려 두는 편이 무난합니다. 기기나 계정 서비스에 따라 가족이 나중에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지정해 두는 기능이 있으니 설정 메뉴도 한번 살펴보면 좋습니다.
휴대폰 정리는 거창한 준비가 아닙니다. 사진 지우기, 구독 해지, 비밀번호 적어 두기는 모두 저녁 삼십 분이면 하나씩 끝낼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자녀와 마주 앉아 한 가지만 함께 정리해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삼십 분이 나중에 가족이 잠금 화면 앞에서 쉬는 한숨을 덜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