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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상을 물린 저녁, 아버지가 “이제 제사는 네가 맡아라” 하셨을 때 그 자리에서 고개부터 끄덕이지 않으셨습니까?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한 그 대답 때문에 형제 사이가 몇 해씩 서먹해지는 집이 적지 않습니다.
물려받는 쪽은 대개 알아서 잘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받습니다. 그런데 첫 기일이 다가오고 나서야 날짜도, 장소도, 비용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제사를 넘겨받기 전에 부모님과 형제 앞에서 미리 꺼내 두어야 할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3위. 여러 기일을 하루로 모을지
부모님은 “할아버지 제사, 할머니 제사는 지금처럼 따로 지내면 된다”고 가볍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는 해마다 몇 번씩 휴가를 내고 장을 볼 생각에 막막해집니다. 그래도 조상을 덜 모시자는 말로 들릴까 봐 입을 떼지 못합니다.
여러 분의 기일을 한날로 모아 함께 모시는 집도 많습니다. 다만 물려받은 뒤에 혼자 바꾸면 넘겨받자마자 줄였다는 말이 나오기 쉽습니다. 부모님이 계실 때 할머니 기일에 할아버지도 함께 모시면 어떨지 날짜를 짚어 여쭤 보는 편이 무난합니다. 부모님이 직접 정해 주시면 친척들의 서운함도 훨씬 덜합니다.
2위. 장소와 상차림을 어디까지 줄일지
어머니가 “상은 하던 대로 차려야 조상님이 오신다”고 하시면 자녀는 겉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속으로는 좁은 거실에 병풍을 펴고 혼자 전을 부칠 날을 떠올리며 한숨을 삼킵니다.
이 부분은 기준이 없으면 해마다 말이 나옵니다. 먼저 부모님 댁에서 계속 지낼지 물려받는 집으로 옮길지를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차림은 꼭 올릴 음식과 사서 올려도 되는 음식을 나눠 두면 됩니다. 전이나 떡은 사서 올리는 집도 많습니다. 부모님께 이것만은 빼지 말아 달라는 음식을 여쭤 적어 두면, 상을 줄이더라도 그 뜻은 이어 갈 수 있습니다.
1위. 형제끼리 비용과 일을 나누는 방식
동생이 “형편 되는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되지”라고 하면 듣기에는 넉넉한 말입니다. 동생은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려받는 쪽은 결국 전부 내 몫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부분을 흐려 두면 몇 해 지나 섭섭함이 쌓이기 쉽습니다. 제사 비용은 형제가 똑같이 나누기도 하고 형편에 맞게 비율을 정해 모으기도 합니다. 돈 대신 장보기나 음식 준비, 설거지처럼 일을 나눠 맡는 집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부모님이 계신 자리에서 함께 정해 두면 나중에 말이 덜 남습니다.
제사를 물려받는 일은 상 하나를 넘겨받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집안이 어떻게 모일지를 함께 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날짜와 장소, 상차림, 분담을 미리 이야기해 두면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부담보다 모이는 반가움이 먼저 찾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