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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문에 다섯 번째 대답할 때도 웃는 얼굴을 지킬 수 있을까. 진단을 받은 그날부터는 가족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배우자의 하루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 가족은 병원 일정과 약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매일 주고받는 말은 예전 습관대로 나오기 쉽다.
악의 없이 한 말인데 그 뒤로 배우자가 말수를 줄이고 방에만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돌봄 현장에서 가족이 가장 자주 하면서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말 실수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본인 앞에서 병세를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는 말
자녀가 찾아오거나 친척이 전화했을 때, 배우자가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도 “요즘은 밥 먹은 것도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말하는 쪽은 걱정을 나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옆에 앉은 배우자에게는 자신이 이제 이 집에서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내용은 다 따라가지 못해도 사람들이 자기를 두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분위기로 먼저 알아챈다.
치매가 있어도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비교적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끄러움과 서운함이 고스란히 쌓인다. 병세를 의논해야 할 때는 자리를 옮기거나 따로 통화하는 편이 낫다. 같은 자리라면 “당신이 요즘 깜빡해서 우리가 같이 챙기기로 했지”처럼 본인을 대화 안에 넣어 말하면 된다.
2위. 틀린 기억을 그 자리에서 바로잡는 말
배우자가 한 달 전에 다녀간 막내를 어제 왔다고 하면 “무슨 소리야, 걔 온 지가 언젠데”라고 곧바로 고쳐 주는 가족이 많다. 고쳐 주는 쪽은 정신을 붙들어 주려는 마음이다. 그러나 듣는 배우자는 내가 또 틀렸다는 당혹감부터 느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예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게 된다.
틀린 기억을 바로잡아 줘도 그 사실이 머릿속에 남는 경우는 드물고 무안함만 남기 쉽다. 생활에 지장이 없는 내용이라면 사실보다 그 말에 담긴 마음을 받아 주는 편이 무난하다. “막내가 보고 싶었구나, 주말에 전화해 볼까”처럼 이어 가면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약 복용이나 외출처럼 안전과 관련된 일만 부드럽게 다시 알려 주면 된다.
1위. “아까 말했잖아”처럼 되묻기를 탓하는 말
저녁 반찬이 뭐냐는 물음에 세 번째 대답하다 보면 “아까 말했잖아”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말한 사람에게는 한숨 섞인 짧은 한마디일 뿐이다. 하지만 묻는 쪽에게는 처음 하는 질문이라 왜 핀잔을 듣는지 모른 채 자신이 짐이 됐다는 느낌만 받는다. 그 뒤로는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않고 혼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것은 방금 들은 내용을 담아 두기 어려운 병의 증상이지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니다. 매번 처음 듣는 것처럼 짧고 같은 말로 대답하는 편이 서로 덜 지친다. 자주 묻는 일정이나 식사 시간을 달력이나 메모판에 크게 적어 눈에 띄는 곳에 두면 질문 자체가 줄어든다. 대답하기 버거운 날에는 차 한 잔을 권하며 화제를 돌려도 괜찮다.
돌보는 가족이 지치는 것은 당연하고, 매번 완벽하게 말할 수는 없다. 말이 거칠게 나간 날에는 손을 잡고 “아까는 내가 좀 피곤했어”라고 한마디 건네면 된다. 기억은 금방 흐려져도 그 순간의 따뜻한 느낌은 오래 남는다.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가족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