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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키만 가져오면 다 해결될 줄 아셨습니까? 아버지 운전을 멈추려다 아버지 마음의 문까지 닫혀 버리는 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범퍼를 긁고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식 마음은 급해지지요. 그런데 날을 잡아 말씀을 꺼내면 돌아오는 건 긴 침묵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께 운전은 아직 내 힘으로 산다는 증표입니다. 노부모가 운전을 내려놓으시도록 설득할 때 자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정리했습니다.
3위. 가족들 다 모인 자리에서 사고 위험을 꺼내는 것
명절 상에 둘러앉아 “아버지, 요즘 운전하시는 거 보면 불안해요, 사고 나기 전에 그만두세요”라고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은 걱정해서 한 말이지만, 아버지 귀에는 며느리와 손주들 앞에서 위험한 노인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들립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운전이 아니라 체면을 지키는 데 힘을 쓰시게 됩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지적을 받으면 맞는 말이라도 물러서기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둘이 있을 때, 차분한 때를 골라 꺼내는 편이 무난합니다. “제가 요즘 걱정이 돼서요”처럼 아버지의 운전 실력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앞에 두면 덜 날카롭게 들립니다.
2위. 다른 이동 방법도 없이 키부터 가져가는 것
자식은 “키는 제가 갖고 있을게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라는 말을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병원 한 번 가려 해도 자식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느끼십니다. 한 달 넘게 말씀을 안 하시는 건 고집 때문이 아니라 갑자기 발이 묶인 서러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을 그만두면 장 보러 가고, 병원 다니고,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 모두 바뀝니다. 그래서 그 길을 어떻게 이어갈지 먼저 함께 정해야 합니다. 택시 호출 앱 쓰는 법을 옆에서 알려 드리거나, 정기적으로 가시는 곳은 가족이 요일을 나눠 모시는 식입니다. 지자체에 따라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기도 하니 사시는 곳을 기준으로 알아보셔도 좋습니다.
1위. 형제 중 한 명에게만 설득을 떠맡기는 것
“네가 아버지랑 제일 가까우니까 네가 말씀드려”라며 한 사람에게 일을 미루는 집이 많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 자식 하나가 자신을 몰아세운다고 여기시고, 섭섭함이 고스란히 그 사람에게 향합니다. 다른 형제가 나는 몰랐다며 발을 빼면 서운함은 더 커집니다.
가족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해져야 부모님도 받아들일 여지가 생깁니다. 형제끼리 먼저 뜻을 맞추고, 말은 한 사람이 꺼내더라도 나머지도 전화로 같은 마음을 전하는 편이 좋습니다. 모시고 다니는 일과 비용도 미리 나눠 두어야 말을 꺼낸 사람이 혼자 지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차 키를 내려놓으시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밤 운전과 먼 길부터 줄이시다가 천천히 내려놓으시는 집도 많습니다. 서두를수록 대화는 짧아지고 고집은 길어집니다.
이번 주말에 아버지께 “요즘 차 타고 어디 다니세요?”라고 먼저 여쭤 보십시오. 그만두시라는 말보다 그 질문 하나가 대화를 열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