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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부모님 댁에 봉투만 놓고 서둘러 일어서고 계십니까? 그 봉투는 부모님 기억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현관에서 “바쁜데 뭘 이런 걸 다” 하시며 받으시지만, 돌아서는 자식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봉투 대신 드렸을 때 부모님이 두고두고 이야기하시는 것들이 있습니다. 모두 돈보다 자식의 시간이 담겨 있다는 점이 같습니다. 그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3위. 흩어진 옛 사진을 모아 만든 앨범
장롱 위 상자에 빛바랜 사진이 뒤섞여 있는 집이 많습니다. 그 사진을 골라 앨범으로 엮어 드리며 “이때 엄마 정말 젊으셨네요” 하고 말을 건네면, 부모님은 사진보다 그 시절을 기억해 주는 자식이 있다는 데에 마음이 놓이십니다. 지나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인처럼 받아들이시는 겁니다.
다만 혼자 다 정리해서 완성품만 내밀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진 속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서 찍었는지는 부모님만 아십니다. 상자를 함께 펼쳐 놓고 이야기를 들으며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가장 아끼시는 한두 장은 액자로 만들어 거실에 두면 오가며 보실 수 있습니다.
2위. 매달 정해진 날 찾아뵙는 약속
“시간 나면 들를게요”라는 말을 부모님은 속으로 ‘언제 올지 모른다’로 들으십니다. 반대로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올게요”라고 날을 정해 드리면 그날까지 달력을 보며 기다리는 낙이 생깁니다. 반찬을 미리 만들어 두시고 동네 분들께 자식 온다는 이야기도 꺼내십니다.
문제는 약속이 자주 밀리는 경우입니다. 한두 번 어긋나면 부모님은 서운하다는 말 대신 “바쁘면 오지 마라” 하며 먼저 물러서십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 간격으로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사정이 생기면 그 주에 전화라도 드리고 다음 날짜를 바로 잡아 두면 기다림이 끊기지 않습니다.
1위. 건강검진과 병원 진료에 함께 가기
나이가 들수록 병원은 혼자 가기 버거운 곳이 됩니다. 접수부터 검사실 찾기, 의사 설명 듣기까지 모든 게 낯설고 빠릅니다. 이럴 때 자식이 옆에서 “제가 같이 들을게요” 한마디만 해도 부모님은 기댈 데가 있다는 안도감을 크게 느끼십니다. 몸 아픈 것보다 혼자라는 느낌이 더 무섭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진료비만 대신 내 드려서는 이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진료실에 같이 들어가 의사 설명을 메모하고, 드시는 약과 다음 예약 날짜를 함께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매번 동행하기 어렵다면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날만큼은 미리 휴가를 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봉투를 드리는 마음도 물론 귀합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두고두고 꺼내 이야기하시는 것은 액수가 아니라 자식이 곁에 있던 날입니다. 사진을 함께 넘기던 저녁, 약속대로 찾아온 토요일, 병원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 있던 오전 같은 날들입니다.
세 가지 모두 돈보다 시간이 드는 일이라 미루기 쉽습니다. 그래서 날짜를 먼저 잡아 두는 쪽이 오래 이어집니다. 다음 통화에서 뵐 날 하나를 정해 두는 것으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