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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돈을 맡았다가 형제에게 도둑 소리를 듣는 자식이 있다. 몇 년을 병원에 모시고 다녔는데 돌아오는 것은 고맙다는 말이 아니라 의심이다.
부모가 연로해지면 자녀 중 한 사람이 통장과 도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가까이 사는 자녀나 시간이 되는 자녀가 자연스럽게 떠맡는다. 갈등은 맡은 사람의 마음보다 일하는 방식에서 생긴다. 부모님 생전에 재산을 관리하면서 형제 사이를 틀어지게 만드는 행동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통장과 카드를 혼자 쥐고 있는 것
부모님 카드로 장을 보고 공과금을 내다 보면 어느새 통장 관리가 한 사람 몫이 된다. 명절에 동생이 통장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내가 알아서 하고 있어”라고 짧게 넘기면, 동생은 그 말을 ‘너는 알 필요 없다’로 듣는다. 따지려던 게 아니라 걱정돼서 물은 건데 선을 긋는 것처럼 느낀다.
숨길 것이 없어도 알리지 않으면 숨기는 것처럼 보인다. 통장이 몇 개인지, 연금은 어디로 들어오는지, 어떤 카드를 쓰는지 정도는 처음부터 형제들과 나눠 두는 편이 낫다. 가족 대화방에 한 번 정리해 올려 두기만 해도 나중에 생길 오해를 꽤 줄일 수 있다.
2위. 병원비와 집수리비를 쓰고 내역은 말하지 않는 것
부모님이 입원하거나 집에 비가 새면 급한 마음에 부모님 돈부터 꺼내 쓰게 된다. 나중에 잔액을 본 형이 놀라서 물으면 “다 엄마한테 쓴 거야”라는 대답이 나오기 쉽다. 말한 쪽은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만, 듣는 쪽은 영수증 한 장 없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망설인다.
형제들은 쓴 돈의 액수보다 모르는 사이에 줄어든 잔액에 더 예민하다. 부모 돈을 쓸 때는 금액이 크든 작든 영수증을 모아 두고, 한두 달에 한 번 사용 내역을 공유하는 편이 무난하다. 큰 지출은 쓰기 전에 형제들에게 한마디 묻고 정하면 나중에 혼자 책임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
1위. 인감이나 위임장으로 형제 모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
부모님 거동이 불편해지면 인감도장과 위임장을 받아 은행이나 주민센터 일을 대신 보게 된다. 예금을 해지하거나 부동산 서류를 정리한 뒤 뒤늦게 알게 된 형제에게 “엄마가 하라고 해서 한 거야”라고 말하면, 상대는 그 말을 확인할 길이 없다. 부모님 뜻이었다는 말이 오히려 부모님을 앞세워 제 몫을 챙긴 것처럼 들린다.
통장 내역은 나중에라도 맞춰 볼 수 있지만, 도장으로 처리한 일은 되돌리기 어렵고 형제끼리 법적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도장이 필요한 일은 형제들에게 미리 알리고, 가능하면 다른 형제와 함께 가는 편이 좋다. 부모님 판단력이 흐려졌다면 혼자 결정하기보다 성년후견 같은 제도를 알아보는 것이 서로를 지키는 길이다.
부모님 재산을 맡은 자녀는 대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이 애쓴 사람이다. 그래서 의심을 받으면 더 억울하다. 하지만 형제들이 바라는 것은 대단한 증명이 아니라 그 일을 알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나누어 알리면 맡은 사람도 마음이 편하고, 부모님이 떠나신 뒤에도 형제가 형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