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뉴스 · 2026.10.30 05:13

“참사 영상을 게임에 넣는다고?” 게임사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실제 참사 현장을 전쟁 게임의 연출 소재로 써도 되는 걸까. 창작의 자유라는 말로도 덮기 어려운 선이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게임사 액티비전이 지난 23일 내놓은 1인칭 슈팅게임(FPS)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에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 현장 영상이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산하인 액티비전의 이 신작은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배경으로 한다.

문제의 장면은 게임 초반 시네마틱 영상에 나온다. 전쟁 발발을 전하는 가상의 뉴스 화면에 약 3초 분량으로 삽입됐다. 쓰러진 시민에게 구급대원 등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모습과 경찰 통제선이 그대로 담겼다. 게임 속에서 이 장면은 북한군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생긴 상황을 보여주는 용도로 쓰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서로를 살리려던 시민들과 거리에 누운 희생자들의 절박한 순간을 게임 장면으로 옮긴 데 경악했다고 밝히고, 해당 영상을 즉시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액티비전에 영상을 쓰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문제를 정리하면 게임사가 피해야 할 행동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실제 재난 기록물을 가상 전쟁의 장치로 바꿔 쓰는 일이다. 이태원 참사는 전쟁과 무관한 사회적 재난이다. 이 영상을 북한군 공격의 결과처럼 편집하면 실제 희생자의 죽음이 허구의 서사 안에서 다른 의미로 덮어씌워진다. 유가족 측이 오락용 게임에 이 사건을 소재로 삼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둘째, 영상의 출처와 사용 경위를 밝히지 않는 일이다. 영상이 어떤 경로로 확보됐는지, 제작 단계에서 검수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용자 단체가 경위 설명을 따로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라면 실제 보도 영상을 쓸 때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는 절차를 갖춰야 하고, 그 절차가 작동했는지 스스로 밝힐 책임이 있다.

셋째, 2차 가해가 퍼지는 것을 방치하는 일이다. 유가족들은 북한 남침이라는 게임 설정과 참사를 엮어 희생자를 깎아내리는 혐오성 댓글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게임 속 장면 하나가 현실의 피해자를 다시 공격하는 소재로 소비되는 셈이다. 영상을 삭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책이 함께 나와야 하는 이유다.

이 게임을 둘러싼 논쟁은 참사 영상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출시 직후부터 ‘전쟁 트라우마의 오락화’, ‘대북 적대감 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게임적 상상력이자 창작의 자유’라는 반론이 맞서 왔다. 가상의 한반도 전쟁을 무대로 삼는 것은 장르적 선택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실존 피해자가 있는 참사 영상을 허락이나 설명 없이 끌어다 쓰는 일은 상상력의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참사 4주기를 맞은 유가족들은 사과와 영상 삭제를 기다리고 있다. 액티비전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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