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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차린 밥상 때문에 손님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믿어지겠는가. 주인은 대접을 잘했다고 뿌듯해해도 손님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숨부터 쉬는 경우가 있다. 오랜만에 친구 부부를 불러 아침부터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집 안을 쓸고 닦았는데 그 뒤로 연락이 뜸해졌다면, 상 위의 음식보다 상 주변에서 오간 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손님은 음식 맛보다 주인이 건넨 말과 태도를 더 오래 기억한다. 반가운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상대에게는 부담으로 남기도 한다. 집에 손님을 맞는 주인이 무심코 저지르기 쉬운 실례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배부르다는데도 그릇을 자꾸 채우는 손길
손님이 수저를 내려놓는데도 “이거 하나만 더 들어 봐, 남으면 다 버려야 해” 하며 빈 그릇에 국을 다시 떠 주는 주인이 있다. 손님은 웃으며 그릇을 받지만 속으로는 이미 부른 배를 붙잡고 이걸 다 먹어야 하나 고민한다. 남기면 주인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억지로 비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넉넉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은 우리 정서에서 자연스럽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소화가 더뎌지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사람도 많다. 당뇨나 위장 문제로 음식을 가려 먹는 사람이라면 거절하는 일 자체가 곤혹스럽다. 한 번 권했는데 사양하면 그대로 두는 편이 무난하다. 큰 접시에 담아 두고 각자 덜어 먹게 하면 주인과 손님 모두 마음이 편하다.
2위. 사양하는데도 남은 음식을 싸서 들려 보내기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손님 손에 반찬통 서너 개를 쥐여 주며 “우리 둘이 이걸 언제 다 먹어, 그냥 가져가” 하고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손님은 몇 번 손사래를 치다 결국 받아 들지만, 지하철에서는 국물이 샐까 신경 쓰고 집에 가서는 냉장고에 자리를 만드느라 애를 먹는다. 빈 통을 언제 돌려줘야 하나 하는 것도 은근한 숙제가 된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정이지만 받는 사람의 사정을 살피지 않으면 짐이 된다. 이미 집에 음식이 많은 손님이나 식구가 적은 집, 대중교통으로 오간 손님에게는 더 그렇다. 먼저 “조금 싸 줄까” 하고 물은 뒤 원하는 사람에게만 일회용 용기에 먹을 만큼 담아 주는 편이 낫다. 두 번 사양하면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1위. 집값과 인테리어 비용을 늘어놓는 말
손님이 들어서자마자 거실을 한 바퀴 돌며 “이 동네가 요즘 많이 올랐잖아, 부엌 고치는 데만 몇천 들었어” 하고 설명을 시작하는 주인이 있다. 처음에는 손님도 “좋네요” 하고 맞장구를 친다. 그러나 숫자가 이어질수록 자기 집과 견주게 되고, 속으로는 밥 먹으러 왔지 구경하러 온 게 아닌데 싶어진다.
주인은 오래 애쓴 결과를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집값과 비용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형편을 건드리기 쉽다. 전세나 월세로 지내는 사람, 집을 줄여 이사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가 더 불편하다. 손님이 먼저 물으면 짧게 답하고 “덕분에 지내기 편해졌어” 정도로 마무리하면 충분하다. 손님은 자랑을 들은 집보다 편히 쉬다 간 집을 다시 찾고 싶어 한다.
손님을 초대한 날은 많이 차려 내는 날이 아니라 상대가 편히 머물다 가는 날이다. 음식은 한 번 권하고 물러서고, 남은 음식은 싸 주기 전에 먼저 물어보며, 집 이야기는 손님이 묻는 만큼만 하면 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손님은 다음 초대를 반갑게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