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뉴스 · 2026.11.04 04:16

“정상만 보고 덮는다고..” 의사가 60대 검진 결과지에서 혈당을 1위로 꼽는 진짜 이유

결과지 첫 장의 ‘정상’이라는 글자만 보고 봉투를 덮었다면 절반만 읽은 셈이다. 판정란이 비어 있어도 경계선에 바짝 붙은 숫자는 조용히 다음 해를 기다린다.
깨알 같은 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다. 60대라면 먼저 눈을 둘 수치가 정해져 있고, 그것만 짚어도 진료실에서 물어볼 말이 생긴다.

4위. 간이 보내는 세 개의 숫자, AST·ALT·감마지티피
AST와 ALT는 주로 간세포가 상할 때 핏속으로 새어 나오는 효소다. 감마지티피는 술과 담즙 흐름의 영향을 잘 받아서 술자리가 잦은 사람에게서 먼저 오르곤 한다.
참고치는 검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니 결과지에 적힌 범위와 견주어 보면 된다.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놀라기보다 작년 수치와 나란히 놓아 보고, 지방간 소견이 함께 있는지 묻는 편이 낫다.

3위. 콩팥의 남은 힘, eGFR
eGFR은 혈액 속 크레아티닌으로 계산한 값으로, 콩팥이 노폐물을 걸러 내는 능력을 보여 준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60 아래로 떨어진 상태가 석 달 넘게 이어지면 만성콩팥병을 의심한다.
콩팥은 꽤 나빠질 때까지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수치가 60 언저리라면 소변 단백 결과를 함께 확인하고, 지금 먹는 진통제나 다른 약이 콩팥에 부담을 주지 않는지 묻는 것이 좋다.

2위. 혈관에 쌓이는 기름,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부르는 쪽이다. 목표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더 낮게 잡는다.
중성지방은 대개 150mg/dL 미만을 정상으로 보며, 술과 단 음식, 밥의 양에 쉽게 흔들린다. 그러니 정상 범위 안에 드는지보다 내 위험도에 맞는 LDL 목표가 얼마인지를 묻는 편이 더 쓸모 있다.

1위.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공복혈당은 100mg/dL 미만이 정상이고 100~125는 공복혈당장애로 본다. 126 이상이 반복되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가 결과지에 있다면 지난 두세 달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로 읽으면 된다. 5.7~6.4%는 당뇨병 전단계이고, 6.5% 이상은 당뇨병 기준에 든다.
혈당을 맨 앞에 두는 이유는 높은 혈당이 혈관과 콩팥, 눈, 신경을 한꺼번에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수치들이 함께 나빠지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전단계라는 말을 들었다면 생활 습관을 고치면 되는지, 약을 고민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결과지는 성적표라기보다 지난 1년을 적어 둔 일기에 가깝다. 정상과 비정상만 가르지 말고, 작년보다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를 볼 일이다.
혈당, 혈관 기름, 콩팥, 간의 순서로 숫자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옆에 질문을 하나씩 적어 진료실에 들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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