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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계산 한 번에 수십 년 친구가 멀어진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웃으며 헤어진 모임에서 다음부터 한두 명씩 빠지기 시작했다면 계산대 앞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으니 정작 본인은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노년 상담을 하다 보면 크게 다툰 것도 아닌데 어느새 연락이 끊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시작이 계산대 앞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60대 친구 모임에서 계산할 때 관계를 서서히 갉아먹는 습관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체면 때문에 매번 혼자 다 내기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슬쩍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와서 “오늘은 내가 냈어, 다들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한두 번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친구들은 속으로 ‘다음에도 또 얻어먹어야 하나’ 하는 부담을 느낍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친구일수록 모임에 나오는 일 자체가 마음의 빚이 되지요.
베푸는 마음은 귀하지만 관계는 서로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이어집니다. 꼭 내고 싶다면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는 날처럼 이유가 분명할 때로 정하고, 평소에는 나누어 내는 편이 무난합니다. 친구에게도 한턱낼 기회를 남겨 두는 것이 배려입니다.
2위. 더치페이를 하면서 끝전까지 따지기
나누어 내는 것 자체는 좋은 습관입니다. 문제는 방식이지요. 누군가 “나는 커피 안 마셨으니까 사천이백 원 빼고 보낼게”라며 백 원 단위까지 맞추면, 듣는 쪽은 ‘이 사람에게 나는 계산 대상이구나’ 하고 서운해집니다. 금액은 몇천 원이어도 마음에 남는 거리는 훨씬 큽니다.
친구 모임은 장부를 맞추는 자리가 아닙니다. 끝전까지 따지기 시작하면 다음부터는 메뉴 하나 고를 때도 서로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인원수대로 나누고 천 원 아래 끝전은 넉넉하게 맞추거나, 남는 돈을 다음 모임 찻값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손해 보는 듯해도 그편이 오래갑니다.
1위. 모임 회비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기
매달 회비를 걷는 모임이라면 총무의 한마디가 무겁습니다. 남은 돈이 얼마냐는 물음에 총무가 “대충 남아 있어, 내가 알아서 하잖아”라고 넘기면, 물은 쪽은 더 묻지 못한 채 속으로 의심을 키웁니다. 오랜 친구 사이라 따지기도 민망하니 차라리 모임에서 조용히 빠지는 쪽을 택하기도 하지요.
회비는 총무의 돈이 아니라 모두의 돈입니다. 총무가 아무리 정직해도 내역이 보이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임이 끝날 때마다 쓴 곳과 남은 금액을 단체 대화방에 짧게 올리고 영수증 사진을 함께 남겨 두면 됩니다. 투명하게 정산하면 의심이 생기지 않고, 총무 자신도 괜한 오해를 받지 않습니다.
결국 밥값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의 균형입니다. 혼자 다 내든, 하나하나 따지든, 내역을 감추든 그 균형은 무너집니다. 친구들은 그 불편함을 말 대신 빈자리로 보여 주지요.
다음 모임에서 계산할 때 이렇게 한마디 건네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똑같이 나누고, 남는 건 다음에 차 한잔하자.” 어렵지 않은 이 말이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함께 밥 먹을 친구를 지켜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