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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나면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신호가 사라진다. 일어나야 할 시간도, 집을 나서야 할 이유도 없으니 오늘은 꼭 걷겠다던 다짐이 내일로 밀리는 일이 잦다.
그런데 같은 처지에서도 생활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곁에는 대개 정해진 날 만나는 친구가 있다. 그들이 친구와 함께 지키는 습관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첫째. 걷는 요일과 시간을 미리 정해 둔다
혼자 걷기로 한 날은 비가 와서, 무릎이 시큰해서 쉬게 된다.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일곱 시에 공원 입구에서 보자고 정해 두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운동화를 신게 된다.
횟수는 주 두세 번이면 넉넉하다. 매일 만나자고 하면 부담이 쌓여 약속 자체가 무너지기 쉽다. 오래 이어 가는 사람들은 횟수보다 끊기지 않는 것을 먼저 챙긴다.
둘째. 장바구니를 같이 들고 한 끼를 차려 먹는다
혼자 사는 집 냉장고에는 남은 반찬과 즉석식품이 쌓이기 쉽다. 한 사람 몫을 차리자니 번거롭고 재료는 늘 남는다.
친구와 시장을 함께 돌면 채소 한 단도 나눠 살 수 있다. 같이 다듬고 끓여 마주 앉아 먹는 한 끼는 식사이면서 하루의 큰 일과가 된다. 손을 놀리고 걸음을 옮기는 사이 몸 쓰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셋째. 건강검진 날짜를 서로에게 알려 둔다
검진 안내문은 받아 두고도 잊어버리기 쉽다. 결과가 겁나서 일부러 미루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나는 다음 달 둘째 주에 가네, 자네는 언제인가.” 이 한마디가 서로의 달력을 챙겨 준다. 결과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다녀왔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이들 사이의 예의다.
넷째. 만나면 오늘 몸 상태부터 묻는다
함께하는 습관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하는 때는 체면 때문에 무리할 때다. 친구가 앞서 걸으면 숨이 차도 따라붙고, 약속을 깨기 미안해 아픈 몸을 끌고 나온다.
오래 함께하는 사람들은 만나자마자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부터 묻는다. 힘든 날은 반만 걷고, 쉬자는 말을 흉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 약속이 있기에 나머지 약속도 오래 지켜진다.
나이 들어 생활을 붙잡아 주는 것은 거창한 결심보다 나를 기다려 주는 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이번 주에는 친구에게 함께 걸을 요일 하나만 먼저 정하자고 연락해 보는 것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