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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 방 불은 꼭 끄고 세탁기도 빨래를 모아서 돌린다. 그런데 고지서를 열어 보면 숫자는 지난달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올라 있다. 아끼는 사람만 억울해지는 순간이다.
전기는 눈에 띄는 곳보다 신경 쓰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이 빠져나간다. 하루 종일 조용히 돌아가는 가전과 켜 둔 줄도 모르는 기기가 그렇다. 그 자리를 순서대로 짚어 본다.
3위. 꺼 둔 줄 알았던 셋톱박스와 비데
리모컨으로 TV를 끄면 화면은 꺼지지만 셋톱박스는 불빛을 켠 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비데도 마찬가지다. 앉을 때만 쓰는 것 같아도 시트와 물을 데워 두느라 아무도 없는 시간에 전기를 쓴다.
셋톱박스는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에 꽂아 두고 잠들기 전이나 외출할 때 한 번에 끄면 된다. 비데에 절전 기능이 있다면 켜 두고, 시트 온도는 따뜻한 계절에 꺼 두는 편이 낫다. 손가락 하나로 끝나는 일이지만 매일 쌓이면 차이가 난다.
2위. 높은 온도로 밤새 켜 둔 전기장판·온수매트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일수록 잠들기 전에 온도를 끝까지 올리고 아침까지 그대로 둔다. 몸은 금방 데워지는데 기계는 그 온도를 지키느라 밤새 쉬지 않는다.
잠자리를 처음 데울 때만 온도를 높이고 눕고 나면 낮추거나 꺼짐 시간을 맞춰 두는 것이 좋다. 이불을 덮어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면 낮은 온도로도 충분히 따뜻하다. 뜨겁게 오래 쓰면 저온 화상의 위험도 있으니 전기요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1위. 24시간 돌아가는 냉장고 두 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단 하루도 쉬지 않는 가전이다. 여기에 베란다에 오래된 냉장고를 하나 더 두고 반찬통 몇 개만 넣어 쓰는 집도 적지 않다. 문을 자주 여닫거나 안을 빽빽하게 채우면 냉기를 되살리느라 전기를 더 쓴다.
속이 비어 가는 냉장고는 정리해서 한 대로 합치는 것이 가장 빠른 절약이다. 새로 바꾸기로 했다면 에너지 효율 등급부터 확인한다. 고효율 가전을 사면 구매 금액 일부를 돌려주는 환급 제도가 운영되기도 한다. 다만 해마다 시행 여부와 대상 품목이 달라지므로 한국에너지공단이나 한전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된다. 사용량이 일정 구간을 넘으면 같은 전기도 더 비싸진다. 한전 앱에 고객번호를 등록해 두면 이번 달 사용량과 예상 요금을 중간에 확인할 수 있다. 고지서가 오기 전에 미리 보면 남은 날을 어떻게 쓸지 정할 수 있다.
결국 요금이 적게 나오는 집은 무조건 덜 쓰는 집이 아니라 어디서 전기가 새는지 아는 집이다. 이번 주에는 베란다 냉장고 문부터 열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