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N 뉴스 · 2026.10.26 06:29

“당신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은영 박사 『화해』 속 다 큰 자녀가 이혼한 부모에게 끝내 듣고 싶던 말 1위

이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나면 그 일은 지나간 일처럼 느껴진다. 서류는 오래전에 정리됐고, 각자의 생활도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어느 명절, 훌쩍 자란 자식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대화가 묘하게 겉돈다. 아이는 그때 일을 한 번도 묻지 않았고, 부모도 굳이 꺼내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으니 괜찮았으리라 여겼지만, 그 침묵이 정말 괜찮았는지는 아무도 확인한 적이 없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은 저서 『오은영의 화해』에서 이렇게 적었다. “부모를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그 상처는 당신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 문장은 부모에게 상처받은 자식에게 건네는 위로다. 그러나 거꾸로 읽으면 부모가 자식에게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도 보인다. 미움을 허락받지 못하고 상처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던 아이는 어른이 된 뒤에도 그 질문을 품고 산다.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면, 이혼한 부모가 나이 들수록 아이에게 건네야 할 말에도 순서가 있다.

4위 – 상대를 탓하지 않는 말

이혼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누가 먼저 잘못했고 누가 더 참았는지를 설명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이에게 상대 부모는 여전히 자기 부모다. 한쪽을 깎아내리는 말은 아이가 지닌 절반을 깎아내리는 말이 된다.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었다”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시비를 가리는 일은 아이의 몫이 아니다. 아이를 판사석에 앉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오래된 짐 하나를 내려놓게 된다.

3위 – 서운했겠다는 인정

그 시절 아이는 이사를 했고, 전학을 갔고, 한쪽 부모를 자주 보지 못했다. 부모는 그때 최선을 다했다고 기억하지만 아이의 기억은 다를 수 있다. 설명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 시간이 아이에게 어땠는지를 알아주는 일이다.

“그때 많이 힘들었겠다”는 말은 변명도 해명도 아니다. 아이가 겪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말이다. 인정받은 기억은 그제야 지나간 일이 된다.

2위 – 미워해도 된다는 허락

이혼 가정의 아이 중에는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을 스스로 꾸짖으며 자란 경우가 적지 않다. 엄마 아빠도 힘들었을 텐데 미워하면 안 된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눌러 둔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양으로 남는다.

오은영의 문장이 “미워해도 괜찮습니다”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부모가 먼저 “나를 원망했다면 그럴 만했다”고 말해 주면, 아이는 오래 숨겨 온 마음을 꺼내 놓을 자리를 얻는다. 미움을 허락하는 일은 관계를 끊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이어 붙이는 일이다.

1위 – 네 탓이 아니었다는 말

아이들은 부모가 헤어지면 그 이유를 자기에게서 찾곤 한다. 자기가 말을 안 들어서, 자기가 태어나서, 자기가 좀 더 착했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아무도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그 상처는 당신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 문장을 부모의 입으로 직접 들려주는 것, 그것이 이혼한 부모가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말이다. 아이가 마흔이 넘었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나이 든 부모가 하는 이 말은 젊은 날의 어떤 설명보다 깊이 닿는다.

오늘 저녁, 자식에게 보낼 문자 한 통을 써 보기를 권한다. 길게 쓸 필요는 없다. “그때 일은 네 잘못이 아니었다. 진작 말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 두 문장이면 된다.

바로 보내기가 망설여진다면 메모장에 적어 두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적어 둔 문장은 언젠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입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오랜 침묵을 깨는 일은 대개 그렇게 짧은 한 줄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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