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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면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생활 곳곳에는 두 사람이 묶여 있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고지서는 예전 계좌에서 빠져나가고, 병원 기록에는 전 배우자의 번호가 그대로 적혀 있다.
이런 흔적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가장 곤란한 순간에 드러난다. 서류 정리를 마쳤다면 다음은 이름과 번호를 바꿀 차례다. 무엇부터 손봐야 하는지 순서대로 짚어본다.
3위. 함께 쓰던 계좌와 카드, 가입 서비스
전기·가스·통신 요금이 전 배우자 계좌나 공동으로 쓰던 계좌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 본인 명의 계좌로 옮겨야 한다. 이체가 끊기면 연체가 생긴다. 이체가 계속되면 요금 정산을 두고 다시 연락할 일이 생긴다. 어느 쪽이든 끝난 관계를 붙잡는 일이다.
가족카드나 함께 가입한 인터넷, 영상 구독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누구 명의인지, 요금은 누가 내는지 목록으로 적어두고 하나씩 해지하거나 명의를 정리한다. 금액이 작아 미루기 쉽지만, 작은 것이 쌓이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2위. 비상연락처와 비밀번호, 공동인증서
병원과 은행 등에 등록한 비상연락처를 확인해야 한다. 혼자 쓰러졌을 때 연락받는 사람이 전 배우자라면 서로에게 난처한 일이다. 믿을 수 있는 자녀나 형제, 가까운 지인으로 바꿔두고 그 사람에게도 알려둔다.
오래 함께 산 부부는 통장 비밀번호와 인증서 암호를 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감정이 정리됐다고 정보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다. 비밀번호와 공동인증서를 새로 설정하는 것은 상대를 의심해서가 아니다. 이제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표시다.
1위. 생명보험·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수익자
가장 늦게 떠올리지만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 보험 수익자다. 수익자를 배우자의 이름으로 지정해두었다면 이혼 뒤에도 그 지정이 저절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 그대로 두면 보험금이 남기려던 사람이 아니라 전 배우자에게 갈 수도 있다.
가입한 보험의 증권을 모두 꺼내 계약자와 수익자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수익자 변경은 보통 계약자가 보험사에 신청해야 하므로 계약자 명의도 함께 살펴야 한다. 확실하지 않다면 보험사에 직접 문의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혼은 법적으로 끝나도 생활 속에서는 한동안 이어진다. 그 연결을 하나씩 끊어내는 일이 새로운 노후의 출발점이다. 이번 주 안에 보험 증권과 자동이체 내역부터 펼쳐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