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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갑자기 쓰러지면 자식들은 병원 복도에서야 처음으로 묻는다. 연명치료를 원하셨는지, 통장은 어디 있는지, 남긴 말씀은 없었는지 말이다. 답을 아는 단 한 사람은 이미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짐이 되지 않는 노후는 돈을 많이 남기는 데서만 오지 않는다. 내 뜻을 미리 적어 두는 일에서도 온다. 건강할 때 해 둬야 효력이 분명해지는 준비를 차례로 짚는다.
4위. 가족이 찾을 수 있는 금융·보험 목록
거래하는 은행과 증권사, 가입한 보험과 연금, 남아 있는 대출을 한 장에 적어 둔다. 기관 이름과 상품 종류만 있어도 가족이 헤매는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다만 비밀번호나 인증 정보까지 적는 것은 피하는 편이 낫다. 목록을 둔 곳은 믿는 한 사람에게만 알려 두고, 해가 바뀔 때마다 고쳐 쓰면 된다.
3위. 판단력이 흐려질 때를 대비한 임의후견 계약
임의후견은 내가 믿는 사람을 미리 후견인으로 정하고, 맡길 일의 범위를 계약으로 정해 두는 제도다. 재산 관리부터 요양 방식에 관한 결정까지 내 기준을 미리 담을 수 있다.
이 계약은 반드시 공정증서로 맺어야 한다. 판단 능력이 실제로 떨어진 뒤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 그때부터 효력이 생긴다. 정신이 온전할 때만 맺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위. 요건을 빠짐없이 갖춘 자필 유언장
자필 유언장은 비용 없이 쓸 수 있지만 형식은 엄격하다.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모두 직접 손으로 쓰고 날인해야 한다. 컴퓨터로 출력했거나 남이 대신 쓴 것은 효력이 없다.
날짜에서 일을 빠뜨리거나 주소를 적지 않아도 무효가 될 수 있다. 가족 사이에 다툼이 걱정된다면 공정증서 유언도 함께 알아보는 것이 좋다.
1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 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신분증을 가지고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은 뒤 작성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와 일부 보건소, 의료기관이 등록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등록하면 기록이 공식 시스템에 남아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고,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이 서류를 1위로 꼽은 이유는 가족이 대신 짊어질 가장 무거운 결정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등록했다는 사실은 가족에게 꼭 말해 두는 것이 좋다.
이 서류들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라기보다 남은 사람의 혼란을 줄이는 일이다. 이번 달 안에 등록기관 한 곳을 찾아보고, 종이 한 장에 내 뜻을 적어 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