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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마치고 받아 온 조문록, 아직 상자째 그대로 두고 계십니까? 이 기록을 허술하게 다루면 고마운 사람에게 끝내 인사를 못 드리게 됩니다. 발인까지 사흘을 버티고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바닥이라, 명단 정리는 자꾸 뒤로 밀립니다. 그러다 한참 지나 감사 문자를 보내려고 펼쳐 보면 비어 있는 곳이 하나둘 보입니다.
장례가 끝난 뒤 상주가 할 일 가운데 가장 오래 남는 것이 감사 인사입니다. 오늘은 조문록과 부의 명단을 정리하다가 인사를 빠뜨리게 되는 실수 세 가지를 짚어 봤습니다.
3위. 조문록을 사진으로만 남기고 원본을 버린다
짐을 정리하던 동생이 “사진 다 찍어 놨으니까 이건 버려도 되지?” 하고 물으면 상주는 대개 고개를 끄덕입니다. 짐이 하나라도 줄어드는 게 반갑고, 휴대전화에 다 들어 있으니 잃어버릴 일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생각보다 믿을 만하지 못합니다. 볼펜 자국이 옅거나 종이에 빛이 반사되면 확대해도 글자가 뭉개지고, 급하게 찍다 보면 한 장쯤은 빠지기도 합니다. 원본은 감사 인사를 모두 마칠 때까지 보관하고, 사진은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한 사본으로만 여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2위. 부부나 가족이 함께 낸 부의를 한 사람 이름으로만 적는다
감사 전화에서 “바쁘신데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모님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날 함께 와서 절까지 올린 아내는 속으로 ‘나는 안 온 사람이 됐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상주는 정중하게 인사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쪽에서는 서운함이 남습니다.
부부나 가족이 함께 온 경우 봉투에는 대표 한 사람 이름만 적는 일이 흔합니다. 명단을 옮겨 적을 때 봉투와 조문록을 나란히 놓고 대조해 함께 온 사람을 확인하고, 이름 옆에 ‘부부’, ‘아들 내외’처럼 짧게 메모해 두면 됩니다. 인사할 때 “두 분이 함께 와 주셔서”라는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1위. 이름만 있고 소속이 없는 기록을 그냥 넘긴다
형제들이 모여 명단을 보다가 “이분은 누구지? 아버지 친구분이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다른 형제가 알겠거니 여기고 미루다 보면, 결국 아무도 그분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흐려지고 찾을 단서도 줄어듭니다. 장례 직후 가족이 모였을 때 낯선 이름을 따로 표시해 두고, 봉투에 함께 적힌 이름이나 고인의 수첩·연락처를 차례로 맞춰 보는 편이 좋습니다. 끝내 알 수 없다면 고인과 가까웠던 모임의 대표에게 인사를 드리며 “그날 와 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무난한 방법입니다.
감사 인사는 장례 뒤 한두 주 안팎에 문자나 전화로 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황이 없을 때일수록 조문록 원본을 챙기고, 함께 온 사람과 낯선 이름 옆에 메모 한 줄을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빠진 사람 없이 건넨 인사가 와 준 분들에게는 가장 큰 답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