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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기억 안 나세요? 답답한 마음에 던진 이 한마디가 부모님께는 시험 문제처럼 들립니다. 기억이 흐려지셔도 무안하고 서운한 감정은 오래 남습니다.
말투만 바꿔도 다툼이 크게 줄어듭니다. 부모님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대화를 이어 가는 방법을 네 가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첫째, 기억을 시험하는 말 대신 먼저 알려 드리기
“오늘 무슨 요일이에요?”, “저 누군지 아세요?” 같은 질문은 확인하려는 뜻이어도 부모님께는 틀리면 안 되는 문제가 됩니다. 대답을 못 하시면 당황하시고, 그 당황이 짜증이나 고집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대신 답을 먼저 건네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수요일이라 병원 가는 날이에요”, “엄마, 저 큰딸 왔어요”처럼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애쓰지 않고도 대화에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둘째, 틀린 말은 고치기보다 먼저 맞장구치기
이미 드신 밥을 안 먹었다고 하실 때 바로 바로잡으면 대개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부모님께는 그 말이 지금 이 순간의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셨어요?” 하고 먼저 받아 드린 뒤 그 말 속의 마음을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배가 고프시다는 뜻이면 가벼운 간식을, 허전하시다는 뜻이면 옛 사진을 함께 꺼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약 복용이나 안전에 관한 일은 부드럽게라도 꼭 챙기셔야 합니다.
셋째, 한 번에 하나씩, 짧고 천천히 말하기
“씻고 옷 갈아입고 나가요”처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말씀드리면 앞의 내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말이 빠르면 알아듣지 못하신 채 고개만 끄덕이시기도 합니다.
“세수하세요”로 시작해 끝나면 다음 일을 말씀드리시기 바랍니다. 눈을 맞추고 호칭을 먼저 부른 뒤 천천히 말씀드리면 훨씬 잘 따라오십니다.
넷째, 같은 질문에도 처음 듣는 것처럼 답하기
“아범 언제 온다고 했지?”를 열 번째 들으면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부모님께는 매번이 처음 묻는 질문입니다. “아까 말했잖아요”라는 말은 부모님을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같은 답을 같은 말투로 차분히 되풀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달력이나 메모지에 크게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시면 묻는 횟수가 줄고, 답하는 쪽도 덜 지칩니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맞고 틀림을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늘부터는 묻기 전에 먼저 알려 드리고, 고치기 전에 먼저 맞장구쳐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진료를 받지 않으셨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