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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만 갖추면 취미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들인 물건이 몇 달 만에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는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은퇴하면 미뤄 둔 취미를 이제는 제대로 해 보고 싶어집니다. 매장에 들어가 직원 설명을 듣다 보면 이것저것 계산대에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취미가 나와 맞는지는 직접 해 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오늘은 60대가 시작하자마자 비싼 장비부터 샀다가 가장 많이 후회하는 취미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한 번에 풀세트로 들인 캠핑 장비
텐트와 타프, 의자, 버너, 조명까지 한꺼번에 사 놓고 자녀에게 “이번 주말에 손주들 데리고 같이 가자”고 연락하는 분이 많습니다. 자녀는 반갑게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주말 일정을 비워야 한다는 부담부터 느낍니다. 장비를 샀으니 꼭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은근히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캠핑은 설치와 철수에 손이 많이 가고, 짐을 차에 싣고 내리는 데도 힘이 듭니다. 두세 번 다녀온 뒤 힘에 부쳐 그만두면 부피 큰 장비가 베란다를 차지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장비가 갖춰진 캠핑장이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보십시오. 계속하고 싶어지면 그때 꼭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사는 편이 낫습니다.
2위. 입문 단계에 산 고가 자전거와 라이딩 용품
가벼운 차체의 자전거에 옷과 헬멧, 신발까지 맞춰 갖추고 동호회에 처음 나가면 먼저 탄 회원이 “장비는 벌써 선수급이시네요”라고 말을 건넵니다. 듣는 쪽은 뿌듯하다가도 이내 장비만큼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을 느낍니다. 언덕에서 뒤처지기라도 하면 그 말이 오히려 민망하게 떠오릅니다.
입문용 자전거는 보통 수십만 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고가 모델은 수백만 원을 넘기도 하는데, 몸에 맞는 크기와 자세를 모르고 사면 허리나 손목,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공공자전거나 대여 자전거로 몇 달 타 보면서 자주 다닐 길과 거리를 먼저 파악하십시오. 그다음 매장에서 몸에 맞게 조정을 받고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1위. 실력보다 먼저 사들인 카메라 렌즈와 장비
사진 강좌에서 묵직한 렌즈를 바꿔 끼우고 있으면 옆 수강생이 “그 렌즈면 뭘 찍어도 잘 나오겠어요”라고 합니다. 듣는 쪽은 잠시 우쭐해집니다. 그런데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면 그 말이 그대로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사진은 장비보다 찍는 사람의 눈이 먼저라는 걸 그때 알게 됩니다.
렌즈는 하나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합니다. 망원 렌즈는 무게도 상당해서 들고 다니다 보면 어깨와 손목이 먼저 지칩니다. 무겁다고 집에 두고 나가기 시작하면 가장 비싼 장비가 가장 덜 쓰는 물건이 됩니다. 처음에는 기본 렌즈 하나나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로 구도와 빛을 익혀 보십시오. 찍고 싶은 대상이 분명해졌을 때 그에 맞는 렌즈를 고르면 후회가 적습니다.
취미는 장비를 갖췄을 때가 아니라 꾸준히 즐길 때 몸에 붙습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바로 결제하지 마십시오. 빌리거나 중고로 먼저 써 보시고, 석 달쯤 지나서도 계속하고 있다면 그때 하나씩 늘려 가셔도 늦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