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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비밀번호를 자식 한 명만 알고 있다면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 한 사람마저 모르는 재산이 있으면 나중에 가족 사이에 의심이 싹트기 쉽다.
판단력은 어느 날 갑자기 흐려지기도 한다. 그때가 되면 스스로 정리할 기회는 사라진다. 정신이 맑을 때 해 두면 가족 다툼과 사기 피해를 함께 줄일 수 있는 준비 네 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통장·보험·부동산 목록을 한곳에 적어 두기
은행 계좌와 보험 계약, 부동산, 대출이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본인만 아는 경우가 많다. 기관 이름과 상품 종류, 연락처를 한 장의 목록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출발이다.
다만 비밀번호까지 그 종이에 적는 것은 피하는 편이 낫다. 믿을 만한 가족에게 목록의 보관 장소만 알려 두면 된다. 해가 바뀔 때마다 한 번씩 고쳐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둘째, 건강할 때 임의후견 계약 알아보기
임의후견은 판단 능력이 있을 때 미래의 후견인과 맡길 일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두는 제도다. 계약은 공정증서로 작성한다. 이후 판단력이 떨어졌을 때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하면 효력이 생긴다.
핵심은 내 재산과 생활을 누가 돌볼지 내가 정한다는 점이다.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그 결정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셋째, 자동이체와 고액 인출 알림 설정하기
공과금과 보험료를 자동이체로 묶어 두면 깜빡해서 연체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참에 기억나지 않는 자동이체가 빠져나가고 있지 않은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큰돈이 빠져나갈 때 휴대전화로 알림이 오게 해 두면 낯선 거래를 빨리 알아챌 수 있다. 은행에 따라 지정한 가족에게도 알림이 가는 서비스를 두는 곳이 있으니 거래 은행에 물어보면 된다.
넷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미리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내 뜻을 미리 밝혀 두는 문서다. 정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서 설명을 듣고 작성하면 공식적으로 등록된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고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이 뜻을 남겨 두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의 선택이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 자녀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하며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내가 먼저 말해 두는 것도 배려다.
이 네 가지는 재산을 불리는 일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키고 넘겨주는 방식을 정하는 일이다. 서류가 정리된 사람은 판단력이 흔들리는 날이 와도 삶의 방향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오늘 할 일은 하나다. 내 이름으로 된 통장과 보험부터 종이 한 장에 적어 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