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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종가 기준 9114.55. 코스피가 찍은 사상 최고치입니다. 10월 22일 지수는 5533.77로 내려앉았고, 고점 대비 낙폭은 39%에 달합니다. 그 사이 지수는 급락과 반등, 횡보를 계단처럼 반복했습니다. 이 4개월을 가격 흐름이 아니라 누가 팔고 누가 받았는가의 장부로 읽어야 이후 그림이 보입니다.
6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82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84조 6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이를 받아낸 쪽은 개인(약 23조원)과 기관(약 7조원)이 아니라 기타법인이었고, 순매수 규모는 54조원을 넘습니다. 기타법인 매수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입니다. 삼성전자는 15조원, SK하이닉스는 40조원을 투입해 합계 약 55조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외국인 매도의 상당 부분을 두 회사가 직접 흡수하며 시장을 지탱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 방패에 만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의 매입은 10월 6일, SK하이닉스의 매입은 21일 전후로 마무리됐습니다. 삼성전자 매입이 끝난 직후 코스피는 6941선에서 15일 5554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해 약 20% 빠졌습니다. 가장 큰 단일 매수 주체가 빠진 직후의 낙폭이라는 점에서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어도, 수급 구조를 의심하게 하는 결정적 장면입니다. 이제 SK하이닉스의 매입 종료까지 겹쳤으니 같은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에 번지는 것도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후보를 하나씩 점검해 보겠습니다.
첫째, 개인입니다. 같은 기간 순매수 23조원은 외국인 매도 규모의 4분의 1 남짓입니다. 투자자 예탁금이 6월 중순 130조원에서 100조원 수준으로 줄었고, 하락장에서 연속으로 손실을 본 개인이 추가 실탄을 투입할 여력과 의지는 불투명합니다.
둘째, 국민연금입니다.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만큼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를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따라 매수 여력이 달라지지만, 그 규모와 시점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기대보다는 변수로 분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입니다. 가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가 결정한 바는 없고, 시장안정 효과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립니다. 심리적 완충재는 될 수 있어도, 84조원짜리 매도 압력을 구조적으로 상쇄할 규모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과거 사례처럼 발표 직후 반등 뒤 재차 힘이 빠질 위험도 열어 두어야 합니다.
넷째, 외국인 본인의 복귀입니다. 외국인이 팔게 만든 요인은 반도체 고점 인식, 미국 금리 상승 전망, AI 투자 수익성 의구심이었고, 이 가운데 해소된 것은 없습니다. 이번 주부터 이어질 대형 기술주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이익 가시성을 다시 입증한다면 복귀의 명분이 생기겠지만, 22일 메타 실적에서 보듯 호실적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금 조달과 현금흐름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정리하면 시그널은 이렇습니다. 지금 시장의 하방을 결정하는 변수는 기업 실적이 아니라 수급의 두께입니다. 고점의 39% 아래라는 가격 매력은 분명 커졌지만, 가격이 싸졌다는 사실이 곧 받아줄 사람이 생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전 대응으로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하나,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이틀 이상 이어지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분할 접근의 속도를 늦추십시오. 둘, 증안펀드가 가동된다면 규모와 집행 방식을 확인한 뒤 판단하되, 발표 자체를 매수 신호로 삼지 마십시오. 셋, 지수 전체보다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같은 주주환원을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종목을 우선 살피십시오.
기회는 외국인의 매도 속도가 둔화되는 변곡점에서 열릴 것입니다. 그 전까지의 반등은 수급 공백 위에 지은 임시 구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