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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데리고 가는 여행이면 무조건 즐거울 거라고 믿으시나요? 3대가 함께 떠났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집이 적지 않습니다. 손주 재롱을 볼 생각에 들떠 나섰는데, 다녀와 보니 몸은 지치고 자식 내외에게 서운한 마음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흔합니다.
누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상하는 데에는 비슷한 흐름이 있습니다. 자녀 가족과 여행을 다녀온 뒤 부모 세대가 서운해진 이유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3위. 경비를 누가 낼지 정하지 않고 떠난 것
첫날 저녁 식당에서 아들이 카드를 내밀며 “오늘은 저희가 낼게요”라고 하면, 부모는 고마우면서도 내일은 누가 내야 하나 하는 셈부터 하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먼저 계산해 버리면 며느리는 고맙다고 인사하면서도 남은 날 동안 계속 신세를 져야 하나 하고 눈치를 봅니다. 서로 배려한다고 한 일이 부담으로 쌓입니다.
돈 이야기는 여행 중에 꺼낼수록 더 어색해집니다. 출발 전에 숙박비는 자녀가, 식사비는 부모가 맡는 식으로 큰 덩어리만 나눠 두는 편이 무난합니다. 공동 경비를 모아 한 사람이 관리하는 집도 많습니다. 미리 정해 두기만 해도 계산대 앞에서 머뭇거릴 일이 사라집니다.
2위. 손주에게 맞춘 일정을 어른이 끝까지 따라간 것
3대 여행은 물놀이장이나 체험 농장처럼 아이가 좋아하는 곳 위주로 일정이 짜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후쯤 다리가 풀려 벤치에 앉으면 딸이 “엄마, 조금만 더 가면 돼요”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부모는 그 말을 들으며 내 몸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서운함을 삼킵니다. 분위기를 깰까 봐 힘들다는 말도 꺼내지 못합니다.
아이와 어른은 지치는 시점이 다릅니다. 하루 중 반나절은 부모가 숙소에서 따로 쉬도록 미리 비워 두고, 자녀 가족은 아이와 놀다가 저녁에 다시 모이는 방식이 서로 편합니다. 일정을 짤 때 부모가 가 보고 싶은 곳을 한 군데 넣어 주기만 해도 마음이 한결 풀립니다.
1위. 정을 쌓자며 모두 한 방에 묵자고 고집한 것
부모가 먼저 “큰 방 하나 잡아서 다 같이 자자”고 하면 자녀는 대놓고 거절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위나 며느리는 그 말을 오늘 밤은 편히 눕기 어렵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씻는 순서까지 눈치를 봅니다. 아이가 잠투정을 하면 부모도 잠을 설치게 되고, 다음 날에는 모두가 예민해집니다.
여행이 고단해지는 때는 쉬어야 할 밤에 쉬지 못할 때입니다. 숙박비가 더 들더라도 방을 두 개로 나누거나 거실을 사이에 둔 객실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낮에는 함께 어울리고 밤에는 각자 문을 닫고 쉬어야 이튿날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습니다.
3대 여행은 함께 보낸 시간보다 돌아와서 남는 기억이 더 오래갑니다. 경비는 떠나기 전에 나누고, 쉬는 시간은 따로 챙기고, 잠자리는 나눠 두면 서운함이 쌓일 틈이 줄어듭니다. 손주가 자라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다녀온 여행을 즐겁게 떠올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