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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거울 앞에 섰다가 낯선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눈가의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모습을 보면 마음 한쪽이 서늘해지지요. 그런데 정작 우리를 더 쓸쓸하게 하는 것은 겉모습보다 마음이 먼저 굳어 간다는 느낌입니다. 새로운 일 앞에서 “이 나이에 뭘” 하고 손을 내젓는 순간이 잦아지면, 그때부터 진짜 나이가 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강연과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이 짧은 문장은 나이를 숫자로 재지 말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몸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마음이 자라기를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의 가르침에 비추어, 나이 들수록 멈추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4위 –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
배움은 젊은 날의 몫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말을 가장 손쉽게 실천하는 길이 바로 배움이지요. 외국어 단어 몇 개, 처음 들어 보는 악기, 휴대전화의 낯선 기능 하나도 모두 배움입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는 몰랐던 것을 오늘 하나 알게 되었다면, 그날 우리는 분명 한 뼘 자란 것입니다. 배움 앞에서 서툰 자신을 허락하는 너그러움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3위 – 몸을 움직이는 일상
마음의 성장은 몸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습니다. 몸이 굳으면 마음도 덩달아 움츠러들기 쉽지요. 매일 조금씩 걷고, 계단을 오르고, 허리를 펴는 일은 단순한 건강 관리를 넘어 삶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됩니다.
오늘 어제보다 백 걸음 더 걸었다면 그것도 성장입니다. 숫자의 크기보다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소중합니다.
2위 –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일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이 줄고 대화가 짧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보게 되지요. 젊은 세대의 생각을 귀 기울여 듣고, 오랜 벗과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몰랐던 자신과 만나게 됩니다.
특히 내가 가진 경험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때, 받는 이보다 주는 이가 더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은 삶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1위 –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마음
앞의 세 가지를 모두 떠받치는 것은 결국 마음가짐입니다. 배우고, 움직이고, 나누는 일도 “나는 아직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하지요.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말의 중심에도 바로 이 마음이 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아지려는 마음은 남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오직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견주어 볼 뿐이지요. 그래서 이 마음은 몇 살이 되어도 내려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 마음을 붙들고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자라는 사람입니다.
오늘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작은 수첩 한 권을 꺼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오늘 새로 알게 된 것” 한 줄만 적어 보시지요. 뉴스에서 들은 낱말 하나, 손주에게 배운 말 한마디라도 좋습니다.
그 한 줄이 쌓여 한 달이 되면, 수첩은 우리가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가장 정직한 증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오늘이 그 첫 줄을 쓰기에 가장 좋은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