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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통장을 맡은 자녀가 형제와 등을 지는 데 큰돈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몇 년 동안 쌓인 작은 의심 하나면 충분합니다. 부모님 연세가 들면 가까이 사는 자녀가 은행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비를 내고 공과금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통장과 카드가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런데 다툼은 대개 돈을 잘못 써서가 아니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생깁니다. 부모님 돈을 관리하는 50대 자녀가 형제 사이를 지키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3위. 입출금 내역을 기억에만 맡기는 경우
명절에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생이 “엄마 통장에 돈이 왜 이것밖에 안 남았어?” 하고 묻는 순간이 옵니다. 묻는 쪽은 그저 궁금해서 꺼낸 말입니다. 하지만 관리해 온 쪽은 그동안의 수고를 의심받았다고 느껴 목소리부터 높아집니다.
병원비, 약값, 반찬값처럼 자잘하게 나간 돈은 몇 달만 지나도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설명이 막히면 아무리 바르게 썼어도 떳떳해 보이기 어렵습니다. 돈을 뺄 때마다 날짜와 금액, 쓴 곳을 수첩이나 휴대전화 메모에 적어 두십시오. 영수증은 사진으로 남겨 두면 됩니다. 이런 기록은 형제를 위한 것이기 전에 나를 지켜 주는 근거가 됩니다.
2위. 큰돈이 나갈 때만 형제에게 알리는 경우
평소에는 아무 말이 없다가 수술비가 들 때 가족 대화방에 “이번에 목돈이 좀 나갔어”라고 남기면 형제들은 고마움보다 당혹감을 먼저 느낍니다. 지금까지는 어땠는지 궁금해도 괜히 캐묻는 사람이 될까 봐 속으로 삼키게 됩니다.
이렇게 삼킨 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중에 재산 이야기가 나올 때 한꺼번에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두 달에 한 번 잔액과 주요 지출만 짧게 정리해 보내도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형제들이 묻기 전에 먼저 보여 주면 관리하는 사람의 수고도 자연스럽게 알아줍니다.
1위. 부모님 돈을 내 통장에 옮겨 함께 쓰는 경우
은행 가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부모님 돈을 내 통장에 옮겨 두고 “어차피 엄마 쓰실 돈인데 뭐” 하며 생활비와 함께 쓰는 자녀가 있습니다. 본인은 편하려고 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형제는 그 돈이 어디까지 부모님 몫이었는지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한번 섞인 돈은 아무리 꼼꼼한 사람이라도 나눠서 설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형제 사이가 틀어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나중에 부모님 재산을 정리할 때 증여나 상속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부모님 명의 통장은 그대로 두고 그 통장에서 바로 결제하거나 출금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은행 업무가 번거롭다면 정식으로 위임하는 방법이 있는지 은행에 미리 물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부모님 돈을 맡는다는 것은 형제들의 믿음까지 함께 맡는 일입니다. 형제들이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 두고, 먼저 보여 주고, 섞지 않는 것만 지켜도 나중에 얼굴 붉힐 일은 크게 줄어듭니다. 오늘 저녁에는 지난달 통장 내역부터 한 줄씩 옮겨 적어 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