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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은퇴하면 이제야 둘이 오붓하게 지낼 수 있을까? 막상 하루 세 끼를 마주 앉아 먹다 보면, 몇 달 안 가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날이 서는 집이 적지 않다. 아내는 남편 점심을 챙기느라 외출을 미룬다. 남편은 집 안에서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 거실만 맴돈다.
그런데 같은 처지에서 오히려 예전보다 사이가 좋아졌다는 부부도 있다. 부부 상담 현장에서 이런 부부들을 보면 거창한 비결보다 생활 속 작은 약속 몇 가지가 눈에 띈다. 그 공통점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3위. 하루 한 끼는 각자 해결하기
은퇴 첫 달, 아침상을 치운 지 얼마 안 된 오전에 남편이 “점심은 뭐 먹어?” 하고 묻는다. 묻는 쪽은 그냥 궁금해서 한 말이다. 하지만 듣는 아내는 ‘설거지 끝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밥 걱정인가’ 싶어 대답부터 짧아진다. 수십 년 동안 혼자 편하게 먹던 점심이 갑자기 차려 줘야 하는 밥상이 된 셈이다.
이 부담이 쌓이면 밥 문제가 감정 문제로 번지기 쉽다. 사이 좋은 부부는 하루 한 끼, 보통 점심 정도는 각자 알아서 먹기로 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국수든 볶음밥이든 직접 만들어 먹고, 아내는 친구와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 서로 밥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기면 저녁 식탁의 대화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2위. 집안일은 맡을 사람을 정해 고정하기
설거지를 마친 아내에게 남편이 큰마음 먹고 “도와줄 거 없어?” 하고 묻는다. 그런데 아내는 ‘그걸 꼭 물어봐야 아나’ 하는 생각에 서운해진다. 시킬 일을 고르고 설명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돕는 방식은 결국 아내가 지시하고 남편이 따르는 구조로 굳어진다.
그래서 ‘돕는다’ 대신 ‘맡는다’로 바꾸는 편이 낫다. 분리수거와 화장실 청소는 남편, 장보기와 빨래는 아내처럼 담당을 정해 두고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이다. 맡은 일은 맡은 사람의 방식대로 하게 둔다. 결과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적을 아끼는 편이 오래간다.
1위. 각자 혼자 나가는 일정 따로 두기
아내가 모임에 가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데 남편이 “어디 가? 언제 와?” 하고 묻는다. 남편은 걱정해서 한 말이다. 하지만 아내 귀에는 일일이 보고하고 허락받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 아내는 자기 집에서도 마음 놓고 쉴 곳이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은퇴 후 사이가 좋아진 부부일수록 일주일에 며칠은 각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남편은 도서관이나 운동 모임, 동네 강좌에 나가고, 아내도 원래 하던 모임을 그대로 이어 간다. 달력에 서로의 외출 요일을 적어 두면 묻고 따질 일도 줄어든다. 떨어져 있다 돌아오면 할 이야기가 생기고, 그 이야기가 다시 두 사람을 잇는다.
은퇴는 남편 혼자 겪는 변화가 아니라 집 안의 하루가 통째로 바뀌는 일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저절로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 저녁에는 각자 해결할 한 끼와 맡을 집안일 하나, 그리고 서로의 외출 요일부터 정해 보자. 거리를 조금 두는 것이 오히려 오래 함께 가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