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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된다고 대뜸 병원 예약부터 했다가는 부모님 마음만 다친다. 서두른 자식이 오히려 진료를 늦추는 일도 적지 않다. 같은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하시고, 가스 불을 켜 둔 채 외출하신 걸 알게 된 날이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데 막상 진료실을 나서고 나면 ‘이렇게 할 일이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가 남는다.
오랫동안 진료실 앞에서 가족들을 지켜본 간호사들은 병보다 자녀의 대응에서 먼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부모님에게 치매가 의심될 때 자녀들이 흔히 하는 실수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검사 이야기를 정면으로 꺼내는 것
저녁 식탁에서 “엄마, 아무래도 치매 검사 한번 받아 보셔야겠어요”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자식은 걱정돼서 한 말이지만 부모는 ‘내가 정신이 나갔다는 거냐’로 듣는다. 자존심이 상한 뒤로는 무슨 말을 해도 “나 멀쩡하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부모 세대에게 치매라는 말은 자식에게 짐이 된다는 두려움과 겹쳐 있다. 정면으로 부딪히면 검사를 계속 미루게 되고, 그사이 시간만 흐른다. 건강검진을 받는 김에 기억력도 함께 살펴보자고 하거나, “나도 같이 받아 보려고요” 하며 권하는 편이 무난하다. 가까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선별검사부터 시작하면 부모님 부담도 덜하다.
2위. 증상을 적어 두지 않고 빈손으로 가는 것
진료실에서 의사가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하고 물으면 자녀는 말문이 막힌다. 작년 가을이었는지 올봄이었는지 헷갈리고, 떠오르는 건 몇 장면뿐이다. 옆에 앉은 부모는 “그런 적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자식이 남 앞에서 자기 흉을 본다고 느낀다.
짧은 진료 시간에 정확한 판단을 받으려면 평소 모습을 구체적으로 전해야 한다. 날짜와 함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첩에 적어 두면 된다. 약을 거르신 일, 익숙한 길을 헤매신 일, 돈 계산이 틀린 일처럼 눈에 띈 변화면 충분하다. 부모님 앞에서 읽기가 민망하다면 진료 전에 메모를 먼저 전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1위.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
가까이 사는 자식이 혼자 병원을 다녀오고 한참 뒤에야 알리면, 형제에게서 돌아오는 첫마디는 대개 “왜 이제야 말해?”다. 혼자 애쓴 쪽은 서운하고, 듣는 쪽은 따돌림당했다고 느낀다. 부모 역시 자식들 사이에 오가는 냉기를 눈치채고 자기 탓인가 싶어 마음을 졸인다.
치매는 진단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긴 돌봄의 시작이다. 병원 동행과 비용, 앞으로 누가 어떻게 모실지를 한 사람이 떠안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고, 나중에 형제간 갈등의 씨앗이 된다. 의심이 드는 단계에서 상황을 알리고 진료 결과도 함께 나누는 편이 좋다. 역할은 나누되 결정은 같이 한다는 원칙만 세워도 한결 수월해진다.
부모님의 기억이 흐려지기 시작하면 자식은 조급해진다. 하지만 병원에 모시는 일은 빨리 끝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부모의 자존심을 지키며 함께 건너가는 과정이다. 말 한마디를 고르고, 수첩 한 권을 챙기고, 형제에게 전화 한 통을 거는 것이면 된다. 그 작은 준비가 진료실 문턱을 훨씬 낮춰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