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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모시고 살기로 했다면 처음 석 달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큰 다툼 한 번 없이 마음부터 멀어지는 집이 드물지 않다. 혼자 지내시는 부모님이 걱정돼 방 하나를 비우고 합가를 결정했는데, 어느 날부터 식탁의 대화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가족상담 현장에서 합가 초기의 갈등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된다. 자녀가 잘해 드리려고 한 일이 오히려 부모님의 자리를 좁히는 경우다. 그중 자주 나오는 실수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들어오시자마자 살림 자리부터 바꾼 것
부모님이 가져오신 그릇과 냄비를 보며 “우리 집 거랑 겹치니까 이건 정리할게요”라고 말하고 상자에 담는다. 자녀는 짐을 덜어 드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수십 년 손에 익은 살림이 치워지는 모습을 보며 이 집에 내 것은 없다고 느낀다. 간장 한 병을 찾으려 해도 물어봐야 하니 부엌에 서는 일부터 줄어든다.
물건이 놓인 자리는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다. 처음 몇 달은 부모님 물건을 되도록 그대로 두고, 자주 쓰시는 것은 손 닿는 곳에 두는 편이 무난하다. 꼭 정리해야 한다면 “어머니, 이건 어디 두실래요?” 하고 먼저 여쭤보면 된다.
2위. 생활비 분담을 말로만 정하고 넘어간 것
합가 전에 “생활비는 신경 쓰지 마세요, 알아서 하시면 돼요”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끝낸다. 자녀는 효도하는 말이라 여기지만, 부모님은 얼마를 보태야 할지 몰라 달마다 눈치를 본다. 장을 볼 때 지갑을 열까 말까 망설이고, 사위나 며느리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쓰인다.
돈 이야기는 흐릿하게 둘수록 서운함으로 번진다. 연금 같은 수입이 있으시다면 식비나 공과금 가운데 어느 몫을 맡으실지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편이 낫다. 부담 없이 지내시라는 뜻이라면 그것도 분명히 말씀드려야 한다. 정한 내용을 간단히 적어 두고 형제자매와도 공유해 두면 뒷말이 줄어든다.
1위. 외출과 귀가를 일일이 확인한 것
부모님이 신발을 신으시면 “어디 가세요? 몇 시에 들어오세요?”라고 묻고, 조금만 늦어도 전화를 건다. 자녀는 걱정이라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허락받고 나가는 기분이 된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둘러댈 말을 고르다가 결국 나가는 횟수 자체를 줄이신다. 자식 집에 얹혀산다는 마음이 그렇게 굳어진다.
안전을 챙기는 것과 하루를 들여다보는 것은 다르다. 매번 묻기보다 늦어질 때만 연락하자는 정도로 큰 틀을 함께 정하는 편이 낫다. 건강 때문에 정말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그 이유를 솔직히 말씀드리고 방법을 같이 고르면 된다. 부모님은 보살핌을 받는 분이기 전에 자기 하루를 꾸려 가는 어른이다.
합가는 방 하나를 내어 드리는 일이 아니라 두 집의 살림이 한 집 안에서 포개지는 일이다. 잘해 드리려는 마음이 앞설수록 부모님 몫까지 대신 정하게 된다.
요즘 부모님께 무언가를 먼저 여쭤본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면, 지금 집 안 공기가 왜 그런지 짐작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