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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두부가 네 모, 찬장에는 뜯지도 않은 식용유가 세 병이다. 이걸 보고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하고 문을 닫고 있지는 않은가.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식 이름을 잊는 모습으로 오기보다 살림 구석구석에서 조용히 먼저 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자녀가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쉬운 생활 변화 세 가지를 정리했다.
3위.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사 오는 일
장바구니에서 또 대파가 나오면 자녀는 “엄마, 이거 어제도 사 왔잖아요”라고 먼저 말한다. 자녀는 가볍게 한 말이지만 부모님은 혼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산 물건을 서랍 깊숙이 넣어 두기도 한다.
한두 번은 누구나 하는 실수다. 다만 같은 품목이 몇 주째 계속 쌓인다면 최근 일을 기억해 두는 힘이 약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따지기보다 “이건 넉넉하니까 다음엔 다른 거 사 와요” 하고 넘기는 편이 낫다. 그리고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조용히 적어 두면 된다.
2위. 오래 해온 음식의 간이 갑자기 달라지는 일
어머니 손맛이라던 나물이 유난히 짜게 나오면 식구들은 “올해는 간이 좀 세네요” 하고 웃으며 넘긴다. 정작 어머니는 어디서 틀렸는지 몰라 당황하고, 주방에 서는 일 자체를 피하게 되기도 한다.
수십 년 같은 순서로 해온 요리는 몸에 밴 일이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음식에 양념을 두 번 넣거나 빠뜨리는 일이 잦다면 여러 단계를 차례로 해내는 능력이 떨어진 것일 수 있다. 다만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지기도 하고 복용 중인 약 때문일 수도 있다. 간 하나로 단정하지 말고 요리하는 과정을 옆에서 함께 지켜보는 것이 좋다.
1위. 달력과 메모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일
냉장고와 전화기 옆, 현관문에까지 메모지가 붙어 있으면 자녀는 “우리 엄마 아직 꼼꼼하시네” 하며 안심한다. 하지만 부모님 속은 다를 수 있다. 자꾸 잊는 게 스스로도 겁이 나서 들키지 않으려고 적어 두는 것이다.
이 변화를 가장 놓치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부지런해 보이니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같은 약속이 달력 여러 칸에 겹쳐 적혀 있거나, 메모를 보고도 무슨 뜻인지 되묻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기억의 빈틈을 종이로 메우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칭찬만 하고 넘어가지 말고, 요즘 깜빡하는 일은 없는지 편하게 물어보면 된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보인다고 곧 치매라는 뜻은 아니다. 우울감이나 수면 부족, 갑상선 이상처럼 다른 원인으로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짐작으로 판단하지 말고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간단한 선별검사를 받아볼 수 있고, 필요하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이어진다. “검사받으러 가요”보다 “같이 건강검진 받아 봐요”라고 권하면 부모님 마음도 한결 가볍다. 일찍 알아차리는 것이 부모님의 일상과 체면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